아인슈타인의 이론이 옳았다는 것이 미국 스탠포드 대학 천체물리학자 등에 의해 최근에 다시 밝혀졌다. 댄 윌킨스 박사 등은 2021년 7월 28일자 <Nature>지에 블랙홀의 뒤에서 나오는 빛을 최초로 관측했다고 보고했다. 일반 상대성 이론은 중력에 대한 상대론적 이론으로서 중력이 약한 경우는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이 적용되지만, 중력이 강한 경우에는 뉴턴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음을 설명한 것이다. 블랙홀과 같이 엄청나게 큰 질량의 천체에서 일반 상대성 이론이 적용된다. 이 이론에 따르면 블랙홀 근처에서는 시공간이 휘어지고 빛도 휘어진다.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 빛은 다시 탈출할 수 없다. 따라서 블랙홀 뒤에서 빛이 나올리는 없다. 그런데도 뒤쪽의 빛을 관측할 수 있는 이유는 블랙홀이 공간을 일그러뜨려서 빛과 주변의 자기장이 휘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일반 상대성 이론을 통해 예측된 것이다. 즉 1세기 전에 아인슈타인이 예언한 것이 지금 다시 실제로 관측된 것이다.
한편, 아인슈타인이 옳았던 부분도 있었지만 틀린 부분도 있었다. 그는 양자역학이 처음 나왔을 때 그것을 부정하였지만, 양자역학의 이론들이 옳았음은 나중에 증명되었다. 양자역학의 아버지 닐스 보어와 남다른 우정을 나눴지만 그와의 논쟁에서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을 끝까지 부정하면서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리고 노년에 그는 새로운 세대의 주류 연구로부터 소외 되었다.
1992년 1월 15일 제179회 미국천문학회에서 영국의 천체물리학자 앤드루 라인은 자신의 연구에 대해 발표를 앞두고 있었다. 행성이 중성자별을 돌 수 있다는 최초의 증거를 제시함으로써 그는 태양계 밖의 새로운 행성을 발견했다고 그로부터 수개월 전에 <Nature>지에 소개했기 때문이다. 신문들은 태양계 밖의 새로운 행성 발견을 대서특필했다. 하지만 발표 몇 주 전 그는 지구가 원 궤도가 아니라 타원 궤도로 움직인다는 것에 맞춰서 변수 조정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 말은 그가 존재하지도 않던 행성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는 의미였다. 결과적으로 그는 끔찍하게 틀린 말을 한 것이다. 이제 그는 수백 명의 동료 학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연단에 올라야 한다. 동료들 앞에서 그는 어떻게 했을까? 자신의 실수를 고백하며, 그는 “I am sorry”라고 말했다. 그런데 말이 끝나자 사람들은 기립박수를 쳤다. 그 박수소리는 총회장을 들썩거릴정도였다. 그 날 밤 연단에 오른 학회장은 “그는 바보 같은 실수(goof)를 하였지만, 그의 용기와 품위에 경의를 표한다.”고 하였다.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이 틀렸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특히 그것을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고백하는 것은 두려움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그동안 쌓은 자신의 명성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휩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리학자들은 어떤 사람이 자기가 틀렸음을 인정하는 것이 그 사람이 덜 유능하게 비치도록 만들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것은 정직함과 기꺼이 배우겠다는 마음의 표현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오히려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그 날 밤 동료들의 기립박수는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는 인정과 그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는 한 학자의 겸손함에 대한 찬사였을 것이다. 참석자 중에 하나는 훗날 이 장면을 감동적이었다고 묘사했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가 가진 지식과 전문성에 긍지를 느끼며 자신의 믿음과 의견을 고수하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 그런데 심리학자들은 똑똑한 사람일수록 더 많이 실패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똑똑한 사람일수록 고정관념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아서 자기 믿음을 수정 보완하는데 그만큼 더 애를 먹기 때문이다. 이들은 보통 자기 생각에 젖어 있어 결과론적 오류를 깨닫지 못한다. 심리학에서 이런 패턴을 추동하는 편향을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과 소망편향(desirability bias)이라고 한다. 전자는 자신이 보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만 바라보는 것이고, 후자는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바라보는 것이다. 이 두 편향은 사람들의 지능 활용을 가로막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진리에 저항하는 무기로 사용된다. 똑똑한 사람일수록 자기가 다른 사람보다 한층 더 객관적이라고 믿기 때문에 이 편향의 덫에 더 잘 빠져든다.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의 충돌을 해소할 방법을 찾지 못한 아인슈타인은 말년에 이 편향에 빠져들었는지 모른다.
이러한 편향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UPENN 와튼스쿨의 심리학 교수 애덤 그랜트는 정신적인 유연함(mental flexibility)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이것은 자기가 틀릴 수 있다는 열린 마음, 자기가 배운 것을 근거로 해서 자기의 생각을 새롭게 고칠 수 있는 것, 자기가 다른 사람에게 설득되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 등을 포함한다. 진리를 향해 한 걸음 더 다가가기 위해서는 확신에 찬 겸손함이 필요하다. 더 좋은 의견이 나오면 기존의 의견에 대한 자기의 믿음을 기꺼이 수정하겠다는 태도이다. 평생 배우고 익히는 사람의 특징은 자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서 무언가를 배울 수 있음을 잘 안다는 점이다. 오만함은 자기약점을 바라보지 못하게 눈을 가린다. 겸손함은 자기약점을 선명하게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다. 정신적인 유연함은 바로 자기약점을 극복하는 것을 돕는다.
이과대학 물리학과 92학번 박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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