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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드로잉

Review

by 고대92 2022. 10. 18.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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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림을 잘 그리고 싶은 사람이야.

 

1992년에 고려대학교 입학하고

그림 그리는 동아리인 “서화회” 에 들어갔어.

 

요즘은 동아리에서 드로잉 수업도 선생님 초빙해서 하거든. 그땐 선후배끼리 배우고 스스로 알아서 그렸어.

 

따로 안 배워도 잘 그리는 친구들이 많았어.

 

(난 아니고 ㅎㅎ)

 

심지어 미대 가고 싶은데 부모님의 반대로 못 간 아이들도 있었지. 그러니 실력 차이란 게 참 하늘과 땅 차이겠지?

 

서화회는 독특한 동아리야. 동서양의 만남이라 할 수 있어.

 

서: 서예

 

화: 서양화 (동양화는 안 그렸어)

 

회: 모임

 

 

난 화실 이었거든.

그런데 그림에 자신이 없어서

모이는데 의의를 두는 회실이 되었어. ㅎㅎ

 

물론 ~ 나도 유화랑 수채화를 그려서 고대정기미전에 출품했지. 부끄러운 작품도 있었고 마음에 드는 작품도 있었지.

 

그땐 명확히 몰랐는데, 전통적인 회화와 다른 방식으로 그리고 싶었던 것 같다.

 

못그려도 하고자 하면 되는 법이거든.

 

졸업하고 직장 다니면서도 그게 아쉽더라고!

 

그래서 기초부터 배우자! 하고 동네 미술학원 찾아보니, 성인 취미반이 잘 없는 거야. 있더라도 낮에 해.

 

애들은 어리지, 직장 끝나고 어디 학원을 다닐 수 있겠니?

 

그래서 온라인으로 데생을 배우게 되었어.

 

선긋기부터 입체도형, 사과 등등을 그리며 조금씩 눈을 뜬 거야.

 

그러고 몇년이 또 흐르면서

 

비쥬얼씽킹 드로잉을 접하고,

 

볼펜화를 그렸지.

 

어느날 아이패드 프로크리에이트 로 그린 그림이 눈에 들어오더라.

 

나도 하고싶다를 몇개월간 외치다가

아이패드 사고, 온라인 클래스 등록해서 배웠어.

 

고대 서화회 화실 졸업 동인전에 디지털 드로잉 작품을 냈어. 전통적인 회화가 아닌데 괜찮을까? 했는데

 

디지털 드로잉의 시대가 온 거지.

 

어려운 그림보다 쉽게 툭툭 그릴 수 있는 그림이 나한텐 좋더라.

 

새벽 독서모임에서 매일 그림을 그리고, sns에 공유했어. 무엇이든 꾸준히 하면 궁금해해. 같이 하자고 해. 그렇게 드로잉 수업을 줌으로 하게 되었어.

 

내가 드로잉 수업하면서 주장하는 것은

 

‘그림을 꼭 잘 그리려 하지 마라.’

 

‘그림은 나 자신을 위한 선물같은 활동이다.’

 

‘그리는 순간에 집중하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림은 나를 위해 그리는 것이다.’

 

였어.

 

참여하는 분들이 공감했지.

 

 

화동미전에서 만난 서화회 재학생이 화실장이었거든.

서화회에서 디지털 드로잉 수업해달라고 연락이 왔어.

후배들 만나는 거라 무조건 한다고 했지.

 

그래서 2022년 1학기 기간에 두어주에 한번 고대에 갔어.

 

후배들을 볼 수 있어서 신기하더라. 내가 막 후배 챙기는 사람은 아니거든. 그런데 후배가 딸뻘이야.

 

코로나 방역수칙때문에 후배들과 회식도 못하고 그림만 그렸어. 그런데 서화회에 가는 내 손엔 자그마한 간식 봉지가 늘 들려있더라. 어느새 나도 그 옛날 선배들처럼 뭔갈 먹이며 만나서 그림 그리고 싶은 선배가 되었네.

 

올해가 92학번이 입학한지 30년이 되는 해라는 게 신기할만큼 세월을 세면서 살지 않았어. 앞으로도 그럴 거야.

 

올해는 응원에 도전을 하고 있어. 몸치인 나에겐 그림보다 더 무모한 도전이었어. 그저 30주년 모교방문축제에 힘을 보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거든. 응원단에는 동작을 잘하는 사람만 필요한 게 아니야. 여차하면 무대 위가 아닌 무대 아래에서 역할을 하려고 했어.

 

그런데 말이야 오기가 생기더라. 내가 그림에 꾸준히 도전하고 있는 것처럼 동작도 그렇게 하면 언젠가는 되지 않겠니?

 

재미있는 건 응원을 배우면서도 그림을 그리고 있더라. 못 그려도, 동작이 어설퍼도 내 방식대로 내 속도대로 은근히 나아가는 것이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야.

 

너희들은 어떠니?


사범대학 가정교육학과 김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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