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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던 떨림에서 하나 된 울림으로 – 울림 92 합창단

92 동호회

by 고대92 2022. 10. 14.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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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 30주년 행사의 존재도 모르고 먹고사느라 바빴던 어느 날, 같은 학과 동기로부터 행사에 대해 알게 되었다. 우리 학번이 이번 행사의 주관자이란 것을 알았고, 행사 기획을 위해 나도 미약하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 어찌어찌하다 보니 합창단이라는 큰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 일단 사람을 모으는 것이 제일 시급한 문제였다. 

 약 2~3주의 공회전을 거듭한 후에 드디어 7월 28일 역삼동에서 약 10여 명이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다. 이날 모인 친구들은 끝까지 합창단의 주축을 이루고 모든 진행이 이루어지도록 한 주인공들이 된다. 이날 모임에서 선곡의 방향, 단원 추가 섭외, 지휘자와 반주자를 모시는 방안 등을 열심히 토론했고, 역시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들이라 노래방에 모여 서로의 목소리를 듣고 파트를 나누게 되었다. 우리의 선곡 방향은 그 때 그 시절의 노래로 우리 대학 생활을 표현해 보자는 의견으로 모아졌고, 노래방에서 열띤 선곡 회의를 진행했다. 우리에게 노래방은 훌륭한 놀이터이자 회의실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다.

첫 회식 후 설렘으로 떨리는 가슴을 안고 8월 5일 첫 연습을 시작한다. 매주 대전에서 서울 연습실까지 이동하는 수고를 참작하고도 지휘자 역할을 수락한 물리학과 백경민 교우를 포함해서 약 12명이 공식적인 첫 연습을 진행했다. 첫 연습 분위기는 어떤 친구들일지, 과연 성격은 잘 맞을지 등 여러 걱정이 들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대학 생활에서 한 번도 보지 못한 친구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업무 끝나고 연습실에 시간 맞춰 오느라 서로 밥은 굶고 다니지 않는지 배려하고, 또 굶고 오는 친구들을 위해 먼저 온 친구들이 간식 뷔페를 차려 놓기도 했다. 나이 들어 집에서 밥 차려 달라고 하기 눈치 보이는 중년에게 가끔은 진심 집보다 잘 먹을 때도 많다. 

첫 연습은 생산적이었다. 서로의 목소리를 확인하고 파트를 결정했고, 회계, 총무 역할을 어쩌다 보니 거의 자진해서 맡아주는 친구들이 나타났다. 문제는 20명 정도로 단원을 확대하는 것이 문제였다. 합창을 해야 하는데 중창을 해야 할 인원수라 단원 모집에 비상인 상황이었다. 모두 백방으로 수소문해서 과 동기 중에 노래 좀 한다는 친구나, 대학 때 합창단이었던 친구들을 찾아 다녔다. 나중엔 숨만 쉬어도 손만 들면 감사한 마음으로 모셔왔다! 합창이 별것인가? 한 마음으로 한 목소리 내는 것이 합창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우리는 가족에 가깝다. 20명이 살짝 넘는 친구들 중에 권씨가 4명이나 된다. 20%의 단원이 가깝든 멀든 가족이다! 게다가 권씨 교우들 각자는 대부분 각 파트의 리드 보컬리스트다. 합창단은 권씨 교우들의 기여도에 대해 권씨 종친회에 감사패라도 드려야 한다. 
  
연습도 회가 거듭되면서 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하고, 친구들 간에 정도 쌓고 하다보니 연습에 빠지기 싫어하는 친구들이 생업 때문에 몸은 못오더라도 연습은 해야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게 되었다. 지금 시대가 어떤 시대인가? 4차 산업혁명이 우리의 모든 생활방식과 비즈니스 방식을 바꾸고 있지 않은가? 
 
합창단의 허리! 미드필더! 총무 격인 전산학과 김동환 교우가 유튜브에 고대 92 합창단 채널을 만들고 모든 합창곡의 파트별 연습 영상을 해당 파트 악보와 함께 볼 수 있는 편집해서 매주 시리즈로 올렸다. 모든 합창단원이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순간이었다. 이때, 우리는 몸은 떨어져 있어도 공고히 한 목소리로 공감하는 울림을 만들게 된다.

첫 연습의 설램과 어색함으로 떨렸던 감정이 시간이 지나면서 음악을 통해 마음과 목소리가 하나 됨을 느끼게 되었다. 30년 만의 우리 시작은 지난 세월 속에 담아 두었기에 소박하였지만 그만큼 강렬했다. 이런 감정의 공명을 통한 울림이 올해를 시작으로 40주년, 50주년까지 이어가길 기원한다.



[합창단원들의 소회]

 

“합창단인가 먹방단인가 ㅋㅋㅋ 넘치는 사랑 덕에 5kg 기본 벌크업 가능” - 국문학과 정히라 


“악보 보면서 헤매던 모습? 에서 장족의 발전! 나이 탓에 안경도 썼다 벗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처음 보는 악보에서 합창을 하게 된 우리들” - 간호학과 김보경


“지휘자님의 지휘에 맞춰 정말 열심히 연습하는 친구들을 보며 오래 동안 잊고 있었던 열정이 살아남” - 경영학과 권중목

 


공과대학 금속공학과 최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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