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 92. 구이.
살아오면서 커다란 변곡점에 해당할 시점을 몇 번은 겪었을 것이다. 첫사랑. 첫 직장 첫 출근. 결혼했을 때. 아이가 태어났을 때. 소중한 사람을 잃었을 때. 등등. 그 많은 시점들 중에서도 ‘특정 숫자와 함께’ 때려죽인다 해도 도저히 잊을 수 없도록 각인되는 순간은, 내 짐작으로는, 태어났을 때와 대학에 입학했을 때, 오직 그 두 시점 밖에 없다. 특정 숫자와 함께 문신처럼 새겨지는 순간. 그런데 탄생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벌어진 사건이며 온전한 자의식을 갖추고 맞이한 일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 제외한다면. 숫자와 맞물려 각인된 단 하나의 시점이 남는다. 대학에 입학한 해. 더 의미 깊은 사건이야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특정 숫자와 함께’ 강렬하게 각인되지는 않는다. 가령, 결혼을 ..
Essay
2022. 10. 19. 08: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