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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이 되어 만날 친구에게 | 새로운 창

Poem

by 고대92 2022. 10. 17.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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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s

 

 - 중년이 되어 만날 친구에게 

 - 새로운 창

중년이 되어 만날 친구에게 

 

시절, 멜빵바지에 발랄하고 당돌했던 말투가 여전하기를
엉뚱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웃음을 주던 표정이 살아 있기를
자율학습 땡땡이로 하늘만큼 기뻤던 마음이 다시 부풀어 오르기를

평범해서 일기에 적을 말이 없던 그저 그런 하루도
편지지 장을 채운
글솜씨가 손가락에 지문처럼 붙어 있기를

뉴스로 전해 듣는 사건이 입을 통해 해석되면
세상을 깊이 있게 의심하고 들여다보게 만드는
날카로운 눈빛이 여전히 빛나기를

이젠, 바람에 일렁이는 나뭇잎과 경쾌한 아침 새소리에
하루를 감사하게 시작하며  
해가 때마다 스스로 겸허해지는
소중한 친구에게
귀와 마음을 아는 주름이 늘었기를

비가 조용히 내리는 아침, 봄에 그려본다.
역시 그런 모습으로 너를 다시 만나기를.


새로운 창



1.
세상에 첫 울음으로 신고를 했던 네가
떠먹여주고 입혀주는 이
자장가를 불러주고 똥기저귀 갈아주는 이가 없으면
생존하기 불가능했을 네가
이제 나를 살린다.

초음속기 마하2보다 빨리 공전하는 지구 속
더 정신없이 돌아가는 손바닥 안에서
작동하는, 어지러운 순간 연결 세상

월미도 놀이기구보다 어지러워
현기증 나는 손바닥 안
무한대로 펼쳐지는 세상에
나는 너를 따라 더듬더듬 발을 뗀다.

2.
레코드 가게 종소리 울리며 부리나케 들어가
얇은 비닐 뜯는 손맛은 손가락 터치로 바뀌고
아이돌 신곡이 스마트폰에서 첫 음원 공개되면
프리미엄 인터넷 팬미팅을 스크린으로 할 수 있는
젠장, 빌어먹게 편한 세상에

나는 너를 따라
투명 안대 한 침침한 시력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옮긴다.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최석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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